최근들어 심의가 강화되고 있는 걸 보면,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가 이제 정말로 햇볕의 영역으로 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태까지는 문제가 성적 섹슈얼리티에만 집중되었지만,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서브컬쳐의 것들은 그에 못지 않은 폭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간행위 홈페이지에서 성표현에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파트가 있다.
나야 비법학도이지만, 헌법에 영역이라면 이것이 거의 최고 높은 자리에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더구나 저기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게, 좀 우습지만, 간행위는 직접 이렇게 적고 있다.
"도서 잡지의 독자가 일반 시민의 경우, 즉 독자층에 청소년이 포함되는 경우에는 청소년 표준설이 타당하다. 성인에게 는 무방한 성적 표현이라 할지라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성의 표현 허용이 부정되어야 옳다. 그러므로 도서 잡지의 사회적 유해성을 판단할 때엔 반드시 대부분의 독자가 어느 계층의 누구인가를 고려하여 야 한다."
역설적으로 문단 문학에서는 상당히 성적인 메타포, 표현, 폭력성등이 드러나도 아마 그 독자를 성인으로 표준으로 잡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이미 문단 문학의 경우에는 사실 그 성적인 표현들이 일반적인 야설이나, 성애물과는 조금 다른 궤도에 있기에 여태 커다란 문제 없이 지나오지 않을까 한다. 또한 이미 예술의 영역에 있는 문학에 칼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논란과 문화적 지탄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각을 한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아직 우리 사회에 통념상 문화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좀 안좋은 말로는 펄프 픽션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이런 장르문학, 서브컬쳐라는 말을 받아 들인지 10년,20년 이상을 넘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기호들이 상당히 오래되고, 매니아들이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20년전만 해도 지금 저것들을 출판하고 있는 출판사의 대부분이 등장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만화의 경우 그나마 그 형태와 범주가 이전부터 확립은 되어 있어 그나마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장르소설, 그것들을 통칭하는 서브컬쳐라는 것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용어이다.
그렇기에 이번 문제는 사실 문화예술로 인정 받지 못한, 주류층이 보기엔 부적절한 매니아 문화에 대한 철퇴이자, 공격이다. 어떤 특정한 곳의 반응이 여론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루리웹에 반응들은 대체로 그럴만하다 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 사건에 수비측 입장에서도 전혀 이번 심의 대상의 선정성에 대해선 반론의 여지가 없으니.
나는 이것이 특정한 행위, 특정한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 일부 작품은, 거침 없는 성기노출, 변태 성행위, 잔혹한 폭력성을 드러냈지만, 예술로 바라보아지고, 극 내 그 행위의 개연성, 즉 핍진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바라보았기 때문에 무사히 통과하여 개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여성 캐릭터의 노출이나, 변태적으로 보이는 장면들, 잔혹한 폭력등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그 가치를 인정 받는 일이 중요하겠지만. 지금의 문제는 이런 것들을 정당화하거나, 핍진성을 부여하기보다도, 법이 정하는 한계, 그리고 여태 사회통념적으로 용인되던 한계에서 미묘하게 줄타기 하며 단순히 1~2달 세일즈하고, 무가치 하다 여겨지는 펄프 픽션으로 전환시켰기에 문제가 되는 것일 것이다.
한마디로 책은 팔고 싶고, 독자들은 나날이 강해지고, 더욱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되고, 심의는 받고 싶지 않고, 우리의 상품은 청소년이 주 소비층이고. 이러한 것이 복합적으로 묵인되고, 특정한 이들에게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던 것이, 오늘의 사태에 이르지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나 라이트노벨이라는 것은 일부가 주장하길, 이미지와 텍스트가 같이 가는 복합적인 포맷인데, 이렇다면 많은 일러스트들 역시도 그 심의와 제재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몇몇 간행위 규정을 보자.
3. 착의 상태라도 근접촬영 등으로 남녀의 성기 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윤곽 또는 굴곡이 선정적으로 드러난 것
12.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거나 상품화하여 건전한 성의식을 왜곡하는 것
13. 노골적인 성적 대화나 음란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
15. 기타 청소년에게 성적 충동 또는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여 청소년의 건전한 성 의식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5. 폭력 행위를 흥미 위주로 미화하여 조장하는 것
6. 범죄 수단이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범죄를 조장하는 것
7. 범죄를 교사·방조하거나 선전·선동할 우려가 현저한 것
8. 기타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 충동을 일으켜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몇가지만 제시하였지만, 저 기준이라면 모조리 다 심의 대상이고, 한국 서브컬쳐의 일부분은 상당한 고찰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일부 기준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용인될 수 있는 기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도 여태 되어오지 않았고, 지극히 관행적이었다고 생각하기에 논란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여태 이렇나 심의나, 점점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논의하려고 하거나, 자정해야 한다라는 주장 역시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나 주 고객이 10대남성이라고 적시하고 있기 까지 한 일부 브랜드를 보자면, 더 문제가 되는 건 아직까지 사회적인 가치관이나, 판단력이 원숙하다 볼 수 없는 10대들이 주 고객인데도, 이러한 고찰이 전무하다는 점이고, 어찌보면 더욱 비틀리고, 부적절한 이성관이나, 윤리적 관점을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 세상이 하렘물이나, 뽕빨물과 비슷하게 1%라도 사유가 되고 있는가. 합법적으로 19금을 받아서 장사를 하는 것이라면야 할 말이 없지만서도.
그렇기에 이후에 기회가 된다면, 총체적인 몇몇 브랜드와, 포맷, 장르, 거기에 대한 선정성을 논해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간행위 민원으로 넣던지,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넣어보면 어떤 대답이 올지 궁금하여 그 실행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는 19금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 번 우리가 여태 향유하던 문화가 어떻게 취급되고 있고, 기존의 심의 체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알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6개월이상 지난 구간이야 90%이상이 커다란 수익으로 되지 못할 것이고, 이후에 나오는 작품들을 이에 맞추고 고민하고, 담론을 쌓아서 문화예술적 가치로서 어필을 하든지, 아니면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만들던지 하던 되면 아닌가.
지금처럼 이러한 논의들을 터부시하고, 고발자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집착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정치공작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누가 신고를 했든, 하다못해 엄청난 악의를 가지고 신고를 했든, 문제의 본질은 국가가 정한 심의기관에서 그 작품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언제나 이 문제가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10대 청소년도 아니고, "너가 신고한거야!" "우리 지망생이라더니""또 그녀석들이야!" 이야 같은 반응은 기존의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서, 또한 우리 사회가 환멸하고, 좋지 못한다고 하는 일련 행위들이 아닌가?
부디 이번 기회가 내가 이전에 말한 것과 연장선상으로, 서브컬쳐라고 불리는 것들의 표현의 문제, 심의의 문제, 주소비층과 소비재의 관계등의 영양가 있는 관점으로 전환되기를 바래야겠다.
ps. 이렇게 민원을 넣어볼 생각도 있다고 하고, 이후에 진짜로 민원 넣으면 나도 사냥당할런지?
PS2: 조아라 노블레스는 이 사건에 대한 가장 슬프고도, 합리적인 해결책일겁니다.